생후 50일도 안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집 밖으로 나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빠른 첫 외출이었던 것 같은데, 그날 나는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조금 설렜다.
아기보다 내가 더 설렜던 것 같다.
이미 생후 20일에는 KTX를 탔고, 생후 35일에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발리까지 돌아온 아기였으니까.
그런 아기를 데리고 이번에는 드디어 유모차를 끌고 발리에서 첫 외출을 해봤다.
생후 50일 아기 외출, 오후 4시에 집을 나섰다

그날은 오후 4시쯤 집을 나섰다.
마침 8월이었는데, 발리의 7~8월은 내가 지내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덥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때보다 훨씬 선선하고 바람도 잘 분다.
그날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생각보다 날씨가 좋았다.
그래도 아기가 아직 생후 50일도 안 됐으니 햇빛이 조금 신경 쓰이긴 했다. 혹시 햇빛이 너무 강하면 얼굴을 가려주려고 얇은 거즈 손수건 하나를 챙겼다.
그게 이날 내가 준비한 거의 전부였다.
사실 나는 아기 데리고 외출하는 것 자체에 큰 걱정은 없었다.
발리에서는 아주 어린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현지인이나 외국인들을 평소에도 많이 봤고, 나도 이미 아기를 데리고 KTX도 타고 비행기도 탔다. 그래서 날씨만 괜찮으면 우리도 조금씩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르논 공원
처음 간 곳은 르논 공원이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기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산책하고 운동하러 오는 곳이라 평소에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지나가니까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봤다.
아무래도 아기가 너무 작아서 그랬던 것 같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기를 보고 웃기도 하고, 귀엽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나는 그게 또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아기는 유모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누워 있었는데, 나는 괜히 혼자 뿌듯했다.
‘우리 아기 발리 데뷔했네.’
속으로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생후 50일 아기 외출이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유모차를 끌고 공원을 조금 걸었을 뿐인데, 출산하고 계속 집 안에서만 지내다가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 나한테는 그 시간이 꽤 특별했다.
드디어 처음 끌어본 뉴나 믹스넥스트 Nuna MIXX next
이날은 아기뿐만 아니라 유모차도 첫 외출이었다.
내가 사용한 유모차는 누나믹스넥스트 Nuna MIXX next다.
원래 나는 작고 가벼운 휴대용 유모차를 사고 싶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작은 게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남편은 달랐다.
아직 아기가 어리니까 안정감 있는 유모차가 좋겠다고 했다.
결국 남편 의견대로 조금 더 크고 안정적인 유모차를 샀는데, 이날 처음 제대로 끌고 나가봤다.
막상 끌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기도 불편해하지 않고 얌전히 누워 있었다.
무엇보다 유모차를 끌고 걷는 내 모습이 나한테는 조금 낯설었다.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내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그날 유모차를 끌고 밖을 걷고 있으니 다시 예전의 내 생활로 조금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예전과 똑같지는 않았다.
내 옆에는 아주 작은 아기가 하나 더 생겼으니까.
생후 50일 아기와 사누르까지

르논 공원에서 산책을 한번 해 보고는 며칠 후 사누르 쪽으로도 갔다.
아이콘몰 쪽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서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발리에서 아기와 처음 유모차 외출을 하다 보니 그냥 걷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한국에서라면 아기와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걷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발리에서는 주변 풍경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고, 그냥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다.
야자수가 보이고 바다가 보이고 바람이 불고.
그 가운데 유모차 안에는 생후 50일이 갓 지난 아기가 누워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 웃긴 조합이다.
그런데 정작 아기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편하게 누워 있다가 졸리면 자고, 깨면 팔다리를 꼼지락거리고.
아마 이 날의 의미를 가장 크게 느낀 건 아기가 아니라 나였을 거다.
아기와 발리 카페에 가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이날 찍은 사진과 함께 아이콘몰 근처 카페에서 찍은 사진도 발견했다.
카페에 아기를 눕혀놓을 수 있는 소파와 의자가 있어서 아기를 옆에 눕혀놓고 나는 브런치를 먹었다.
아기는 소파에 누워서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밥을 먹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나도 이제 아기 데리고 카페에 올 수 있구나.’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출산한 엄마에게는 꽤 큰 일이었다.
물론 이날은 첫 외출 날보다 날씨가 조금 더 더웠고, 아기가 조금 더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아기 상태를 계속 보면서 괜찮다 싶으면 조금 더 있고, 더워 보이면 바로 나오는 식이었다.
아기와 외출할 때는 미리 계획한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그날 아기 상태에 맞춰 움직이는 게 제일 편한 것 같다.
생후 50일 아기 외출, 준비물은 의외로 별거 없었다
이날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잠깐 나간 거라 수유를 하거나 기저귀를 갈 일도 없었다.
그래서 정말 간단하게 나갔다.
아기, 유모차, 카시트.
그리고 혹시 몰라 얇은 거즈 손수건 하나.
첫 외출이라고 가방을 잔뜩 싸서 나갈 필요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아기가 카시트에 앉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생각보다 너무 아무 일 없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생후 50일 아기를 데리고 유모차 외출을 하면 뭔가 굉장히 특별하고 긴장되는 일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그냥 평범한 하루였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결국 그날 가장 좋아했던 건 아기가 아니라 나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기를 조금 더 자주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무리해서 멀리 갈 필요는 없었다.
날씨가 좋으면 가까운 공원에 잠깐 나가고, 괜찮으면 카페에도 가보고, 조금 더 익숙해지면 바닷가도 걸어보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기는 아직 생후 50일이라 밖에 나가서 뭘 보고 즐길 수 있는 시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계속 집에서 아기만 보고 있다가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오니, 다시 내 생활이 조금씩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기는 유모차 안에서 곤히 자고 있는데 나는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고,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아기를 보고 웃어주고 있었다.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후 50일 아기의 첫 외출이라기보다, 엄마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첫날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날씨만 괜찮으면 아기와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생각보다 아기는 어디든 잘 따라와 줬고, 생각보다 나는 밖에 나가는 걸 훨씬 좋아했다.
결국 그날 산책을 제일 좋아했던 건 아기가 아니라 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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