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산 신생아 육아템, 100만 루피아짜리가 실패했다
밤에도 낮에도 안겨서만 잠들던 시기가 지나고, 생후 50일쯤 되니까 조금씩 여유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낳고 딱 35일 만에 발리로 들어왔던 터라, 몸조리 기간에 선물 받은 물건 몇 가지만 짐 가방에 챙겨 왔을 뿐, 나머지 육아용품은 전부 발리에 들어와서 하나씩 채워야 했다.
그 채워 넣는 과정 자체가 지금 생각해보면 생후 2~3개월, 그러니까 50일에서 100일 사이 우리 집의 진짜 풍경이었다.
한국처럼 로켓배송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발리는 발리대로 육아용품 시장이 따로 돌아간다. 뭘 사야 좋은 건지 감도 안 오는 상태에서, 일단 아기가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게 심심해 보여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스윙이었다.
스윙에 100만 루피아 썼는데 벌어진 일

발리 들어와서 산 물건 중에 제일 비싼 축에 속했다. 100만 루피아를 주고 산 스윙.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재워주기도 하고 아기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웬걸.
앉혀놓으면 무서운 건지 표정부터 딱딱하게 굳었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시기니까 그냥 앉아만 있는 거지, 좋아서 앉아 있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몇 번 써보지도 못하고 지금까지도 우리 집 육아템 중 제일 아까운 소비 1위로 남아 있다. 값이 아까운 게 아니라, 아기 표정이 자꾸 떠올라서 더 아깝다.
물려받은 바운서 하나가 다 했다

반면 친구한테 물려받은 바운서는 완전히 반대였다. 발리에서 새로 사도 10만 루피아 정도밖에 안 하는 물건인데, 알고 보니 유명 브랜드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만든 제품이라고 하더라.
한국이었으면 훨씬 비싸게 주고 샀을 거란 얘기를 듣고 나니 더 실감이 났다.
저기 앉혀두면 똥도 어찌나 시원하게 잘 싸던지, 우리끼리는 거의 "변기"라고 부를 정도였다. 신생아 때부터 몇 달을 꼬박 잘 쓴, 몇 안 되는 성공한 육아템이었다.
나비잠 옷, 예뻤지만 손이 잘 안 가는 이유

속싸개를 슬슬 풀고 낮잠을 재우기 시작할 시기가 되면서 한국에서 나비잠 옷을 3벌 사 왔다.
여름이라 오가닉 메쉬 소재로만 골랐는데도, 막상 입혀놓고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재질이나 디자인이 별로였던 게 아니라, 팔이 저렇게 날개처럼 묶여 있는 모습 자체가 보기에 좀 안쓰러웠고, 아기도 그걸 그렇게 편안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속싸개를 풀고는 그냥 자연스럽게 손을 풀어둔 채로 재우는 쪽을 택했고, 나비잠 옷은 몇 번 못 입은 채 서랍행이 되었다.
친구가 선물해 준 브랜드 욕조, 결국 대야에게 밀리다

친구가 신생아 때부터 좀 커서도 오래 쓸 수 있다며 유명 브랜드 욕조를 선물해 줬다. 가격도 50만 루피아 정도로 꽤 나가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발리 도착하자마자 급한 대로 사놨던 대야가 훨씬 편했다.
브랜드 욕조는 크기도 크고 아기를 받쳐주는 구조까지 있어서 오히려 손이 많이 갔다. 결국 몇 번 써보지도 못하고 창고행이 되어버렸다.
비싸다고, 유명하다고 다 우리 아기한테 맞는 건 아니라는 걸 이때 제대로 배웠다.
100일도 안 됐는데 친구도 만나고

한국은 보통 100일 전까지는 외출도 자제하고 외부인도 잘 안 만난다는데, 나는 그런 걸 딱히 지키지 못했다.
발리 들어왔다는 소식에 궁금해하던 친구가 놀러 왔고 나도 반갑게 맞았다.
생각해 보면 이미 생후 20일 차에 기차 타고 부산에서 수원까지 이동했고, 35일 차엔 비행기까지 태워서 발리로 데려온 아기였다. 이제 와서 100일 전 외출을 자제할 이유가 딱히 없었다.
발리 모기는 어쩔 수 없더라

이 시기 사진들을 보면 유독 볼이나 팔에 모기 물린 자국이 자주 보인다.
발리 특성상 모기는 정말 피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조심해도 이때는 자주 물렸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발리 육아의 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결국 오래 남은 건 가격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정리해 보면, 이 시기에 남은 건 결국 가격표가 아니라 실제로 아기가 편해했는지였다.
100만 루피아짜리 스윙보다 10만 루피아짜리 바운서가, 유명 브랜드 욕조보다 대야가 더 오래 우리 곁에 남았다.
육아용품은 비싸고 유명한 제품을 고르는 것보다 우리 아기에게 실제로 잘 맞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발리에서 육아를 시작하면서 직접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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