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아기 예방접종하기, 한국과 일정은 얼마나 다를까?
한국에서 낳고 35일 만에 발리로 들어왔으니, 아기 예방접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해외에서 해결해야 했다.
처음에는 조금 막막했다. 한국에서는 산모수첩에 예방접종 일정이 정리되어 있고, 병원에 가면 알아서 시기에 맞는 접종을 안내해 주니까 크게 고민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발리에서는 내가 직접 알아보고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일단 한국에서 받은 산모수첩에 적힌 예방접종 일정표를 그대로 들고 가서 발리 병원 선생님에게 보여줬다. 그런데 의외로 선생님이 짜준 접종 로드맵이 한국 산모수첩의 일정과 95% 이상 비슷했다.
한국은 DPT를 2개월, 4개월, 6개월에 기본 접종하고 이후 추가 접종을 하는 구조인데, 발리에서도 큰 흐름은 비슷했다.
그래서 처음 걱정했던 것만큼 한국과 일정이 크게 달라서 혼란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짜 고민은 따로 있었다.
“그래서 발리에서는 어디서, 어떻게 맞혀야 하지?”
발리에서 정착한 아기 예방접종 병원, Kiddos Immunos

집 근처에도 소아과나 종합병원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한두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맞아야 하는 만큼, 조금 더 전문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곳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정착한 곳이 쎄쎄딴(Sesetan)에 있는 Kiddos Immunos였다.
말 그대로 예방접종을 전문적으로 하는 소아과라서, 아기 예방접종을 계속 다니기에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 예약은 불가, 왓츠앱으로 순번을 받아야 한다
여기는 한국 병원처럼 당일 가서 번호표를 뽑는 방식이 아니다.
미리 왓츠앱으로 연락해서 방문 날짜와 순번을 받아야 한다.
순번이 빠르면 오픈하자마자 가서 거의 기다리지 않고 접종할 수 있고, 순번이 5번 이후로 넘어가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이 시스템이 꽤 편했다.
왓츠앱으로 순번에 맞춰 몇 시쯤 방문하면 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무작정 병원에 가서 한참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언제 가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으니, 아기를 데리고 움직이기에는 오히려 예측 가능해서 편했다.
첫 접종은 DPT, 그런데 백신도 직접 골라야 했다
우리 아기의 첫 접종은 DPT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과 조금 다르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다.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유럽에서 들어오는 백신과 로컬 백신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접종 후 발열 가능성에 대한 선택지도 있었다.
당연히 유럽산 백신에 발열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게 가장 비쌌다.
나는 고민하다가 그쪽으로 선택했다.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맞으라는 예방접종을 맞으면 된다고만 생각했지, 아기 예방접종을 하면서 백신 종류까지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발리에서는 병원에 도착해서 이런 선택을 직접 해야 했다.
발리 아기 예방접종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비용은 진료비와 백신비가 따로 계산되는 방식이었다.
진료비는 당시 기준으로 약 15만 루피아, 원화로 약 12,000원 정도였고 여기에 선택한 백신 비용이 추가됐다.
첫 접종 때는 유럽산 무열성 백신을 선택해서 총 200만 루피아 정도를 결제했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18만 원 정도였다.
그 이후 접종은 백신 종류와 접종 항목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대략 100만~200만 루피아 사이에서 나왔던 것 같다.
한국에서 무료 또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필수 예방접종을 생각하면 처음에는 꽤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아기 예방접종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비용보다 병원과 백신 관리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했다.
첫 접종은 정말 안 울었다

첫 예방접종 때는 아직 너무 아기라 그런지 주사를 맞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주사약이 들어갈 때 잠깐 “엥?” 하고 한 번 소리를 낸 게 전부였다.
울지도 않았다.
심지어 3개월 차 접종 때는 그냥 자고 있어서 주사를 맞고도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렇게 안 울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물론 그 평화로운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조금씩 크면서 병원에 가는 걸 알아채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병원만 가면 엄청 울고불고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기도 병원이 뭔지 알게 되는 모양이다.
발리 소아과는 한국과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한국의 일반적인 소아과가 병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면, 이곳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꾸며놓은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 진료실에 들어가면 상어와 물고기 그림이 붙어 있고 인형도 잔뜩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장난감을 이용해서 아기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주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보다 시설이 전체적으로 더 체계적이거나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설이나 시스템 면에서는 한국과 다른 부분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그런 차이는 감안하고 다녔다.
해외에서 예방접종할 때 제일 신경 쓰였던 것
사실 해외에서 아기 예방접종을 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건 따로 있었다.
백신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백신의 유통기한은 괜찮은지, 보관 온도나 관리 상태는 어떤지. 한국에서는 크게 신경 써본 적이 없었던 부분들이 하나하나 걱정됐다.
내가 지금까지 접종을 진행하면서 받은 인상으로는 백신 관리가 충분히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접종할 때마다 백신에 붙어 있던 배치 넘버(batch number)를 수첩에 붙여준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한국에 갔을 때 해외에서 받은 접종 기록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서 접종한 백신의 정보를 남겨두는 것이다.
해외에서 아기를 키우다 보면 이런 부분이 은근히 걱정되는데, 접종 기록을 꼼꼼하게 남겨준다는 점은 꽤 인상적이었다.
한국 산모수첩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발리에서 아기 예방접종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받은 산모수첩을 그대로 들고 온 게 정말 잘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어떤 예방접종을 언제 맞아야 하는지 일정이 정리되어 있으니, 발리 병원에 보여주기도 편했고 이후 접종 일정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발리 병원 선생님이 만들어준 예방접종 로드맵이 한국의 일정과 거의 비슷해서 마음이 놓였다.
해외에서 아기 키우기, 결국 하나씩 직접 알아가는 과정
지금 생각해보면 해외에서 아기를 키운다는 건 한국에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직접 알아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어느 병원을 갈지, 어떤 백신을 맞힐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접종 기록은 어떻게 남겨야 하는지까지.
한국에서는 병원에 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됐던 일들이 발리에서는 내가 직접 찾아보고 선택해야 했다.
처음에는 조금 막막했지만, 한 번 경험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오히려 덜 어렵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받은 산모수첩 하나가 큰 도움이 됐다.
발리에서 시작한 우리 아기의 예방접종도 그렇게 하나씩 일정을 맞춰가며 진행했다.
해외에서 아기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한국과 완전히 다른 시스템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서 연결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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