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긴 터널 같던 입덧이 어느 날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경험입니다.
임신 초기 몇 주 동안은 속이 계속 울렁거려 차를 타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외출은 거의 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고, 평소처럼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임신 9주 차에 발리로 돌아왔을 때는 상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웠고, 가까운 곳에 외출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입덧이 계속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양치를 하는데 이상하게도 속이 괜찮았습니다. 그동안 양치만 해도 올라오던 구역질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날을 기점으로 입덧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보통 임신 초기 입덧은 개인차가 있지만 임신 12주에서 16주 사이에 점점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 시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입덧이 끝난 것 같습니다.
입덧이 끝나자 다시 시작된 일상

입덧이 사라지자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일상생활의 범위였습니다.
그동안은 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차를 타고 외출하는 것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없어지니 이동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아직 배도 크게 나오지 않은 시기라 겉으로 보기에는 임신한 티도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후일담도 있습니다.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꼬망 아줌마에게 임신 사실을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들으니 임신 8개월이 될 때까지 제가 임신한 줄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임신 초반에는 외형적인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입덧이 끝나자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다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발리에 살다 보면 한국처럼 모든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만두가 먹고 싶을 때는 만두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집 근처 일식당에서 생새우를 살짝 데쳐 먹기도 했습니다. 또 우붓에 갈 때면 일본 음식점에 들러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입덧 때문에 몇 달 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시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었습니다.
임신 중기, 발리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2024년 2월이 되면서 임신도 어느새 5개월 차, 임신 중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시기는 개인적으로 기념일이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1월 말에는 남편의 생일이 있었고, 2월에는 결혼기념일과 제 생일까지 이어졌습니다.
몸 상태도 안정적인 편이라 평소보다 조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누르 호텔에 가서 하루 머물기도 하고,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제 생일에는 우붓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 머물며 수영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영복을 입으면 그제야 조금 임신한 티가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매일 출근하듯 다니던 브런치 카페
임신 중기 무렵에는 새로운 일상도 생겼습니다.
바로 브런치 카페에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발리에 처음 왔던 약 14년 전 자주 가던 브런치 카페가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방문해 보니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음식도 여전히 맛있었고 관광지처럼 붐비지 않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약 한 달 반 정도 거의 매일 그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었습니다.
아침에는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강아지들과 바닷가를 산책하고, 가끔은 집 앞 호텔에 가서 하룻밤 머물며 여행 온 기분을 내기도 했습니다.
또 남편이 일하는 곳에 잠깐 들러 구경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제철 음식이나 몸에 좋다는 음식들을 더 챙겨 먹었을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특정 한국 음식이 갑자기 먹고 싶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발리에서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의 저는 꽤 평온한 임산부 생활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일상을 이어가던 시간.
무엇보다 입덧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다시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던 시기였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6.03.07 - [분류 전체 보기] - 재외국민 시험관 정부지원, 난임부부 지원 제도, 최근 정책변화, 실제 후기
2026.03.08 - [분류 전체보기] - 해외 거주자의 시험관 도전 | 이식 준비하며 한국에서 보낸 시간, 집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