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기, 몸의 변화와 현재 상태

출산 예정일은 7월 17일.
임신 후기에 접어들면서 발리에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 검진을 받았습니다.
검진을 갈 때마다 아기는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배는 제법 나왔지만 걷거나 잠을 자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임신 체질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때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았던 입덧도 어느새 기억이 흐릿해졌습니다. 몇 달 동안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가물가물합니다.
배도 제법 나오고 몸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다리에는 레깅스를 오래 입었다 벗은 것처럼 길게 색이 변한 자국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체중도 약 7~8kg 정도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걷거나 자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한국보다 발리에서는 이동할 때 걷는 일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몸이 크게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발리 출산을 계획
사실 처음 시험관 시술을 시작할 때부터 출산은 발리에서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배아이식도 한 개만 진행했습니다. 쌍둥이일 경우 제왕절개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발리에서 수술을 하는 상황은 조금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분만을 목표로 발리에서 출산할 계획이었습니다.
엄마만 발리에 와 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출산을 하게 되면 임신 후반에 배가 부른 상태로 비행기를 타야 하고, 아기를 낳고 회복한 뒤 갓난아기를 데리고 다시 발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 과정을 생각하면 너무 번거롭고 일이 많아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발리 출산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조금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면 한국의 의료 환경이 더 나을 수도 있으니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교적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인구가 세계 4위인데,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아기를 받아보셨을 거 아니야.”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발리에서 자연분만으로 출산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발리에 오는 일정도 조율하고, 출산할 병원도 알아보고, 아기의 국적 문제나 필요한 서류 같은 것들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복잡했던 현실적인 문제들
출산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들도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가 한국인이더라도 발리에서 태어나면 아기가 인도네시아 국적과 한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출생 국가와 상관없이 부모가 한국인일 경우 아기의 국적도 한국 국적이 된다고 합니다.
출산 병원도 알아보았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발리의 한 종합병원에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대략적인 비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자연분만: 1박 2일 / 약 200만 원 ~ 300만 원
• 제왕절개: 3박 4일 / 약 500만 원 ~ 600만 원
한국과는 조금 다른 시스템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자연분만도 보통 3박 4일 정도 입원하고 이후 산후조리원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왕절개라면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집니다. 이 부분도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걸렸던 가족들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발리에서 출산을 하게 되면 아기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한국에 가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면 한국에 계신 시댁과 친정 가족들이 아기를 오랫동안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발리에서 출산하면 제 몸은 편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출산을 하면 이동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완벽하게 편한 선택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자연분만이 잘 진행되지 않아 갑자기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현실적인 고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한국행을 결정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의외로 쉽게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에 와서 출산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오면 조리원 비용도 지원해 주겠다고 하시며, 몸보신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시어머니도 따로 말씀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출산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결국 마지막 결정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에 있는 산부인과와 조리원에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출산 예정일 즈음에 특실이 하나 비어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남편과 상의 끝에 결국 한국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평소 시어머니나 친척들을 자주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 출산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급하게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산부인과와 조리원 예약을 마치고, 비행기도 비즈니스석으로 예약했습니다.
대한항공 기준으로 임산부는 최대 36주까지 탑승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임신 35주 6일에 한국으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가능한 한 늦게 가고, 출산 후에는 최대한 빨리 발리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한국행 준비
한국행이 결정되자 주변 사람들도 놀랐습니다.
집에서 일하던 꼬망 아줌마도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벌써 아기를 낳으러 한국에 간다고 하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비행기를 먼저 예약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어차피 한국에서 육아용품을 준비할 수 있으니 발리에서는 특별히 미리 준비할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것들은 출산 후 다시 발리로 돌아와서 하나씩 준비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다음 이야기
그렇게 갑작스럽게 한국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산부인과 예약부터 산후조리원, 그리고 임신 후반에 맞춰 비행기 일정까지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다 보니 언제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지, 병원과 조리원은 어떻게 예약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한국 출산을 결정한 이후 미리 알아두면 좋았을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해외에 거주하는 임산부가 한국에서 출산을 준비할 때 언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제가 직접 경험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